서큐버스

Posted by 나에요임마
2022. 3. 1. 09:39 Story/소설

서큐버스

늦은 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갑자기 왼쪽 옆구리에서 어떤 여자가 파고들어 온다. 마치 옆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 듯하여 얼떨결에 팔베개를 해주었다.
이불을 다듬는 순간 오른쪽에도 뭔가가 느껴졌다. 돌아보니 오른쪽에서도 누군가 들어왔다. 그래서 난 남은 한쪽 팔도 내주었다. 

그리곤 발밑에서 한 명 더 올라왔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건 뭔가 다르다고. 

순간적으로는 행복감도 느껴졌었지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문 밖에는 수십 명의 나라별, 인종별 서로 다른 스타일의 여자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떤 이는 오밀조밀한 얼굴, 어떤 이는 주근깨 있는 얼굴 등

오~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다들 특색이 있는 미인들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가슴 한쪽에는 의심이 들었다. 

여자들중에 몇 명은 내게 다가오더니, 나를 유혹했다. 고혹적인 자태와 매혹적인 표정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말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의사소통이 떠뜸떠뜸했다. 

어떤 이는 나에게 돈을 요구도 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화폐와 단위였다. 그리곤 내 지갑을 챙기고 털어보기 시작했다.
내 지갑에는 몇천 원 정도밖에 없었다. 내 카드도 쓰려고 그랬다. 

그래서 나는 계면쩍어하며 안된다고 했다. 그러더니 굉장히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어색한 분위기에 나는 방을 나왔다.

복도에는 여자들의 긴 행렬이 있었다. 그들은 다들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파고들어 지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머리 위로 뛰어들어 강제로 길을 만들었다. 천장을 박차며 지나갔다. 

옆방을 열어보니 다들 얌전히 누워만 있었다. 그들은 어딘가에 흡수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이는 사람형체도 거의 남지 않았었다. 
그걸 본 순간, 난 소름이 끼쳤다. 

만일 내가 아까 거기서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나도 그들처럼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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